
처음에 독극물 흘려보내는 부분만 반미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반미적 요소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미국(혹은 미국인과 그 하수인들)을 절대악으로 설정하고 있다.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기는 적의감은 미국을 향한 것인가, 권력 집단을 향한 것인가. 만일 이 영화의 악역이 한국 정부와 군이라고 해도 비슷한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인가.
괴물은 상당히 차가운 영화이다. 가족 이외의 인간에게서는 감정을 거의 느낄 수가 없다. 심지어 가족간에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호통을 치는데 자식들이 전부 다 잠을 자는 부분은 훈훈한 미소가 아닌 씁쓸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불투명한 막이 씌여져 있는 느낌이다. 인간을 귀찮게 묘사한다. 관객들에게 인간을 설명하기도 귀찮아 하고, 인간을 이해하기도 귀찮아 하며, 단지 냉소만을 선사할 뿐이다.
사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다. 버스 기사 아저씨나, 상점 주인에게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관심'을 상대방에게 나타내는가. 우리의 일상 생활이 저렇게 영화 속에서 나타나게 된다면, 과연 이것보다 따뜻하게 묘사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괴물은 인간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인간을 귀찮게 보는지, 아니면 인간을 귀찮아하는 영화를 통하여 어떠한 소통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여튼, 귀차니스트인 나에게는 꽤나 즐거운 영화다.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스릴있고, 적당히 귀찮지 않는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나 거창한 서사시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감정의 이입 없이 편안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 Date
- 2007/01/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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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봉준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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