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만났을 때 동영씨가 연애는 권력이라고 두어번 되뇌던게 생각난다. 그 때문인지 '페미니즘의 도전'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회 현상을 권력으로 보게 되어버렸다. 인간이란 다른 사람들 위에 올라가려는 열망과 부조리(라고 말하고 터무니 없는 권력 차이라고 이해한다)를 고치려는 정의감(?)이라는 스프링을 세상과 연결하고 끊임없이 진동하는 존재이다. 안정된 사회란 것은, 1) 부조리를 부조리가 아니게 생각하도록 세뇌시키고, 2) 분노를 위한 부조리의 역치를 줄이며 (정신적인 것이든 실질적인 것이든), 3) 대다수의 인간이 그 부조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사회인 것 같다. 하지만 글쎄, 전체적인 삶의 질이 조금 향상되었을 뿐, 그 권력과 착취의 구조는 그대로이며, 누구의 말대로, 단지 날로 정교해지고 은밀해 지는 것 뿐인 듯 싶다. 더더욱이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는, 이라고 읽는다) 인간의 본질이,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가 과연 존재할 것이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며, 그러한 사회가 혹 존재할 수 있더라도 그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이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을 거꾸로 읽어나가고 있다. 90년대, 80년대, 그리고 지금은 70년대. 거꾸러 거슬러 나가며 그래도 지금은 데모하다 머리 터지고 눈알 빠지는 일은 없으니 역사는 진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무궁한 감격에 눈물 짓기도 하지만, 글쎄, 그것 또한 우리가 제삼국에서 탈취한 권력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세계 인민이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고 외친다면 과연 대한민국 시민 중 몇이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지금 자원봉사를 하고 교회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대학생들 중에 과연 그 대상인 사회적 약자들과 연애를 할 수 있을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이며, 밤새 술 마시며 쌍욕을 해 댈 수 있을 만큼 친한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을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더더욱 슬픈 것은, 이러한 역학적 해석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기에, 인간 관계의 많은 부분에 이것을 확대해석하는 버릇이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친구 관계도 연인 관계도 우정과 사랑과 믿음이란 진의가 사라지고 팽팽하게 밀고 당겨지는 스프링들의 역학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서면서 어느 사이엔가 모든 것을 밀쳐버리고 냉소적으로 사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회적 행복이란 다른 이를 짓누름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말을 하고 나니 행복을 느낀지가 참 오래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두뇌도 바보가 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하고 많은 책 중에 왜 강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품게 되는지.
2008/06/01 01:50 2008/06/01 01:50
Date
2008/06/0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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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 2008/06/02 02:42 # M/D Reply Permalink

    한번 엎어주면 정신 차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건가? 그러고보니 왜 우리 나라에는 좋은의미로 대단한 정치가가 없는걸까 역시 아무리 처음에는 착하게 할려다가도 나중에는 결국 똑같아지는것일까 궁금하다 정치가 해보고 싶어

    1. tyx 2008/06/09 00:24 # M/D Permalink

      음, 무려 한 달이나 엎었는데도 통령 각하님의 뻘짓은 한결같이 변함이 없으시니 아직 정신 차리긴 멀지 않았나 생각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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