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카메라를 사기 전에 필카로 찰칵찰칵 찍어놓은 얼마 안 되는 사진들을 현상해 보았다. 동은이랑 발렌타이데이 때 요리 해 먹은 것과, 갈라 때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그런데 난 필름에 유통기한이 있는 줄 까먹고 있었다. 삼년 전 유럽 여행 때 사고 남은 필름을 채워넣고선 사진을 찍어댄 것이다. 알고보니 유통 기한은 2005년 이었고... 사진은 죄다 뿌옇게 인화가 되어 버렸다. 마치 팔십년대의 빛바랜 사진들처럼. 앞으로 동은이와 이런 무도회에 갈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정말, 정말로 아까운 일이다. 그 중 한 장을 골라서 색을 복원하려고 애를 쓴 결과 위와 같은 사진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굵은 입자와 색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한 가지 놀라웠던, 그러나 슬펐던 사실은, 나는 발렌타인데이 때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는 사실을 거의 잊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덧 루나와 만난 지도 백오십일이 지나고 이백일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십 분이면 루나를 만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과연 이 소중한 날들 중 얼마나 훗날에 기억에 남아 있을지, 빛바래져가는 이 아날로그 사진이나 백업을 하면서 주기적으로 손실되는 디지털 사진을 보고 나서야 기억에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그것을 씁쓸하게 바라봐야 할 지 흐뭇하게 바라봐야 할 지 아직은 모르겠다.
요즈음 드는 또 한 가지 잡생각은, 지금은 동은이나 어머니나 혹은 친구들에게 나의 거의 모든 생각을 이야기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나의 모든 생각을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때가 올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글이나 그림을 남에게 보이기 위하여 썼다고 생각함에 따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정도가 현격히 줄어든 것을 생각하면, 그 어느 깨달음의 날이 다가오면, 나의 공상의 정도 역시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 Date
- 2007/04/25 23:31
- Category
- everyday
- Tag
- Gala, 달빛소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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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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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 파란 드레스는 정말 이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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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여자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 너무 살쪄보여 아흑 아흑 ㅠㅅ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