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듣고는, '미친 새끼' 한 마디 픽 던질 것이다. 그리고 잊어버리겠지. 과고 동기들도, 브라운 한인들도, 브라운 CS 전공자들도, 날 비웃을 기자들도. 그게 부끄럽다. 이유가 없다. 그런 수치스러운 주검 앞에서 흐느낄 엄마가, 정말 싫다. 엄마가 나 때문에 우는 건 정말 싫다. 비웃는 사람들 사이에 엄마를 혼자 남겨두긴 정말 싫다.

죽어버릴까, 이 냄새나고 퀴퀴한 방에서 죽어버릴까, 침대에 누워 비몽사몽간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배가 고파서 Bagel Gourmet에서 부리또를 하나 사 왔다. 큰 거 먹으려다가 남길까봐 작은 걸 사서 집에 가지고 와서는 다 먹어버리고 큰 걸 사 올껄 하는 생각을 하는 내가 가소롭다. 등신, 처먹긴 잘도 처먹네.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하나씩 무언가 버릴 수 있는 것을 버리자. 떠날 날까지 잿빛 추억 움켜쥐고 가는건 보기에도 안쓰럽지 않은가. 내가 없어진다고 해도 누가 나를 추억하면서 내 그림따위나 글 따위를 뒤적여줄까. 버리자, 추억을, 냄새묵은 습관을. 더 이상 갖다 버릴 시간만 잡아먹는 습관도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도 없다면, 그 텅 빈 시간과 공간 사이로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오지 않을까.

세범이의 게시판에서 가끔씩 글을 읽는다. 내가 만일 카이스트 산디과에 갔다면 즐겁게 살고 있을까. 다 개성있고 독특하게 생긴 저 산디과 벚꽃 축제 사진에 내 얼굴도 환하게 찍혀 있을까. 나의 무지하고 폐쇄적인 시공간 이외의 무언가를 발견해 낼 수 있었을까. 조금 더 음악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일을 좋아하고 생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UW에서 나는 생을 좀 더 즐길 수 있을까. 조금 더 낙천적이고 연구를 즐길 수 있을까. 정말 정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고 싶어서 밤새도록 이미지를 그러쥐고, 다시 그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할 수 있을까. 돈도 자유도 시간도 생도 상관 없이, 그냥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을까.

2007/04/15 01:36 2007/04/15 01:36
Date
2007/04/1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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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카스 2007/04/15 02:24 # M/D Reply Permalink

    니가 카이스트 산디과에 갔다면 확실히 나나 박나라 인생도 꽤 많이 바뀌었을듯 싶네.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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