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 날, 은근히 화가 치밀어 있었다. 여관은 정말 싫었다. 그 퀴퀴한 냄새 나는 방도 싫고, 주인과 가격 흥정하기도 싫고, 여기저기 붙어 있는 빨간 스티커들도 역겨웠고, 진열되어 있는 80년대 저급 비디오들도 보기 싫었다. 그냥 가자. 하다 못해 졸리면 근처 아무 도시나 들어가서 그 때 여관을 들어가서 자면 될 거 아니냐. 그렇게 출발을 했고, 첫 번째 휴게소에서 커피를 두 캔을 연거푸 마셨고, 욕을 입에 달고 운전을 하다가 세 번째 휴게소에서인가 차 안에서 잠을 잤고, 땀 투성이가 되서 일어났다. 그 때가 아마 한 시 쯔음 되었을 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른해 지기 시작한다는 걸까. 그리고 두사람만 계속 반복해서 따라 부르며 달렸다. 새벽 세 시가 넘어가면 자동차들이 거의 없기에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었다. 가끔씩 실험 영화에 죽어라 달리면서 카메라로 도로만을 찍은 영화가 있었는데, 지금에야 그 걸 찍은 사람들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달렸다.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 네다섯시가 될 무렵, 안개가 걷혀가는 시퍼런 세상에서 산과 산 사이로 난 길을 달리고 있을 때, 감정에 북받혀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수화라는 게, 진짜 풍경을 그린 거구나, 적당히 멋지게 그린 것이 아니구나.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거구나.

그렇게 서울에 도착하고, 내친김에 한강에서 사진을 맘껏 찍고 집에 와서 쓰러져 버렸다.


빌어먹을놈의 p2p들은 하도 검색어를 많이 금지해서 도무지 뭘 찾아가라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랑도 검색이 안 되고, 사람도 검색이 안 되고, 뭘 받아가라는 건지. 아무도 받아가지도 않을 거지같은 그 컨텐츠 유출 막는답시고 관련 단어를 죄다 막아버리면 사용자들은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그 자유 제한은 전화 한 통으로 신청 가능할 텐데, 자유 제한 당한 사용자들은 무슨 보상을 받는 건지.

한참을 짜증내면서 돌아다니다가, 음악을 찾다가, 선물을 찾았다.
선물. 받아놓고는 채 듣지도 못 했던 선물.
너도 이 음악을 들었구나.
이 가수, 내가 알던 사람이었구나.
이런 음악도 들었구나.

춤을 춘다.
산열하는 아지랑이 같이 몽롱함에 취해,
여느 날과 똑같을 하지만 생소한, 새파란 창 밖을 바라,
또 한 번 춤을 출 내일을 향해.
2007/11/02 01:50 2007/11/02 01:50
Date
2007/11/02 01:50
Category
phantasmag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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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ovos 2007/11/05 03:29 # M/D Reply Permalink

    맞아 빌어먹을 p2p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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