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연회장에서 너의 뒷모습을 봤다.
설마, 지금 군대에 있는데. 이 새끼가 왔을 리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너의 뒷모습이다.
슬쩍 앞으로 나아가서 보니 진짜 이놈이다.
너 군대 간 거 아니냐고, 너무 반가워서 손을 덥썩 잡고 말을 걸었다.
멋쩍게 웃으면서 군대에서 제명당했다고 말하는 친구.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 침대다.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다시 이 놈이 진짜 돌아온건가 생각을 한다.
전화기를 꺼내들어 그 놈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번호란 말이 스페인어로 나온다.

그럼 그렇지. 제까짓게 어떻게 군대에서 나와.

밖이 시끄럽다.

그리고, 일 년 전 그 때 처럼, 이 년 전 그 때 처럼,
티비 앞에서 게임 조종기를 붙잡고 있는 너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정말이구나, 정말이구나.
너무 기뻐서 너무 반가워서 목덜미를 붙잡고 나동그라진다.
미친 듯이 웃으며, 너의 가슴팍을 때렸다.


...그리고 일어났다.
새벽 여섯 시. 창 밖에는 비 돋는 소리.

새벽부터 조용히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잔인한 아침이다.
2006/10/27 22:26 2006/10/27 22:26
Date
2006/10/27 22:26
Category
phantasmag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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