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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물이 새서 집 뜯어 고치느라 이사를 가고, 수리가 끝나서 다시 이사를 왔다. 이사 가 있는 동안 집에 있는 짐을 치우지 않는게 습관이 들었기도 하고, 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을 하는 것이 워낙 바쁘기도 하고 해서 이사 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짐이 그대로이길래, 이번 노동절날에는 회사에 안 가기로 작심을 하기도 해서, 방을 치우게 되었다.

이번에 이웃으로 이사 온 선주 형 집이 내 집과 같은 크기인데도 워낙 넓게 보이는 것에 충격을 받고 우선 안 쓰는 가구/물건들을 대폭 정리하기로 하였다. 우선 펼쳐놓고 옷만 산더미로 쌓아놓고 있는 식탁과 의자를 접어서 한 쪽에 쟁겨 두고, 미국 올 때 가지고 온 목 늘어난 티셔츠들도 다 정리하였다. 이것 저것 정리를 하다가 찬장에 있던 약상자도 정리를 해 버릴 겸 꺼내 버렸다. 미국에 건너 올 때 어머니가 한 보따리 싸 주신 약상자 였는데, 이제 보니 대부분 다 유통기한이 지나 있어서 싸그리 버리기로 하였다. 시애틀 오고 나서 구매해서 약통에 들어있던 것들은 제산제, 감기약, 입병에 바르는 연고, 알러지 약과 연고, 대일밴드, 해열제. 젠장, 뭐 필요한 건 다 있네. 일 년 새에 더럽게 많이도 아팠다.

그러다가 바닥에 어머니가 써 주셨던 종이 쪽지를 보게 되었다. 하나 하나 무슨 약이 어디에 쓰이는지 챙겨주신 어머니의 쪽지. 고등학교 때도 집에서 떨어져 살고 겨우 반 년 집에 붙어 다니다가 다시 미국으로 덜렁 떠나버리는 자식놈에게 그래도 탈 나지 않을까 걱정하시면서 이 약 저 약 사서 넣어주시면서 꼼꼼하게 적어 주신 것일 게다. 진짜 타지 생활하면서 제일 서러울 때가 혼자 아플 때인데, 아플 때 약통에서 이 약 저 약 찾아보면서 저 쪽지를 발견하고는 많은 위안을 받곤 했었다.

저 쪽지에 적혀 있던 약들은 다 버려졌지만, 저 쪽지만은 다시 약통에 들어가게 되었다.
2008/09/02 23:43 2008/09/02 23:43
Date
2008/09/02 23:43
Category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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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 2008/09/03 08:16 # M/D Reply Permalink

    미국이야
    070-7893-2067 전화 했는데 이상한것만 나오던데
    아 학교 오니까 가슴 떨려
    좋아서 보다는 무서워서 겠지?

  2. ST 2008/09/03 08:17 # M/D Reply Permalink

    아참 내 전화번호는 401-345-1560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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