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을 헤메다 알고 있던 이의 얼굴을 보았다. 너무나 어두워서 그 옆얼굴의 윤곽만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몸은 무겁고, 깊은 물 속에 빠진 것처럼 느릿한 흐름에 흘러간다. 알고 있던 이가 검은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알고 있던 이가 검은 눈동자를 내게 향한다. 알고 있던 이가 검은 입을 열고 말한다. 가자. 그리고 검은 입을 닫는다. 검은 눈도 감는다. 하지만,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제안을 거부했던 것 같다. 그 혼자 저 깊은 안식의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말았으니까. 이불에서 힘겹게 일어나서 생각한다. 초점을 맞추기 싫다. 그러기엔 눈두덩이 너무나도 아프다. 배가 아프다. 땀 범벅이지만 춥다. 혹들은 키득거리며 꿈틀거린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눈두덩이 너무나도 아프다. 이제 소망하기 싫다. 노력하지 않고도 소망은 다 이루어졌으나, 나는 감사하지 않으며 기뻐하지 않는다. 나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자는 악마일지도 모른다. 그는 나의 소망을 이루어 주나 소망의 이루어짐으로 인한 기대들은 이루어주지 않는다. 나는 소망하지 않고 노력을 해야 한다. 살아나기 위한 노력을.

우선은, 이 피곤한 육신부터 어떻게 정상으로 돌려놓자. 아무리 집에서 요양하고 싶다고 해도, 한국에선 그게 안 된다. 그냥 미국에 남아있어야 하는 걸까, 쉬고 싶다면.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자. 나 혼자 할 일. 천천히, 적당히 아무때나 할 수 있는 일. 바쁜 일도 끝났고, 할 일도 없으니 병적이고 집착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조금 뭔가 생산적인 일을 찾아내야 할 것 같다.

휴식은 없었다. 하지만 집안에 앉아서 무슨 게임 깔 지 뒤적거릴 휴식은 필요한 것 같지 않다.

2007/01/18 03:59 2007/01/18 03:59
Date
2007/01/18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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