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죄는 몸 속 깊숙이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의미 없는 무게일지도 모른다. 유괴된 아이들의 부모들이 복수의 광기를 보여준 후 천연덕스럽게 생일파티를 열거나, 나루세를 나서면서 "눈이오네", "길막히겠네"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 안녕, 큼자씨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복수극 삼부작, 쓰리 몬스터)과 아밀리 노통의 작품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은 날카로운 냉소이다. 웃을 일인지 모르겠지만 친절한 금자씨를 본 아버지의 평은 다음과 같았다: '이건 악마가 만든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탐구자로써 인간사에서 당연시 여겨지는 관습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일깨워주기 위하여 이러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들을 존경했다.

진정한 탐구는 고되다. 인간들은 굳이 의문을 제시하는 탐구자를 적대시하고 비웃을 것이다. 그들은 이해 받고 싶어하지 않으며, 이해 하고 싶지도 않으며, 굳이 미화된 현실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하여 고되지 않은 탐구, 모든 인간의 행동에 대해 반발과 무시만을 던지는 냉소는 단지 자만이며, 자기 자신을 불신의 늪에 빠뜨리는 행위일 뿐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인류학자로부터 진정한 탐구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남녀차별, 영아살해, 전쟁과 같은 현실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인류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지는 행위에 대해, 인류학자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대상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차원의 인류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러한 사랑이 가장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과 닮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로.

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와 아밀리 노통의 책을 타인에게 권유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자 더 이상 이들이 인류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명 이들은 인류학자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인간의 행위를 대변해 주려는 마음'이 부족하다. 이들이 단지 냉소를 위한 그럴듯한 무대를 만들어 내는 데 천재적인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 인간을 이해하고 이해 시키기 위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조금 더 유보해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내가 감명을 받은 인류학 책들에 관심 있는 자들을 위해 읽은 책들을 써 놓기로 하겠다.

  • Jered Diamond, 총, 균, 그리고 쇠 (영제 : Guns, Germs, and Steel)
  • John Reader,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 (영제 : Cities)
  • John Reader, Man on Earth (한글 제목 모름)

개인적으로는 '도시, 인류 최후의 고향'을 추천하고 싶다. 인류학이라기보다는 도시학에 가까운 책이긴 하지만, 고대 도시의 발생에서부터 현대 도시의 문제점까지 세세한 예와 함께 재미있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2006/02/11 22:40 2006/02/11 22:40
Date
2006/02/1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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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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