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를 살려야 해.
그 말을 되뇌이며 아기를 안고 불길이 치솟는 건물 사이를 뛰어다녔다.
불꽃은 벽과 천장을 뒤덮고 있었고, 간간히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서까래를 피하기 위해 나는 어느 방으로 뛰어들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 방이 부엌이라는 것과,
불타오르는 서까래에 의해 나는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황급히 문을 닫았다. 이러면 조금 더 살아남을 수 있겠지.

잠시 생각을 해 보자 내가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는 걸 깨달았다.
밀폐된 부엌이라니. 이 불이 붙고 있는 건물 안에서!
그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이 깨져나갔다.
전자렌지가 터졌다. 기름통에 불이 붙었다.

꿈과 같이 이 모든 소란을 가까스레 피했지만,
품에 안은 아기는 그 충격에 놀라 울기 시작한다. 아기가 운다.

나는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도 싫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미칠 것 같았다. 닥쳐. 닥쳐. 닥치라고. 고만 울어.
아이는 쉬지않고 울어댔고, 나는 들고 있던 아기를 화덕에 던져 버렸다.

아기는 구워지는 고기처럼 화덕에 던져졌다.
그 통통하고 새하얀 몸은 빨갛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기는 갑자기 울음을 그치고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그 어느 느구보다도 분노에 찬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어느 공포영화에 나오는 모습처럼,
이마에 핏줄이 선 채 부릅뜬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저지른 일의 잔혹함에 스스로 놀라서인지,
아기가 울음을 그쳐 갑자기 찾아온 평온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를 노려보는 아기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워서였는지는 몰라도,
나는 꿈에서 깨고 말았다. 그래서,

그 불타오르는 건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2004/09/28 07:17 2004/09/28 07:17
Date
2004/09/28 07:17
Category
phantasmag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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